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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과 결핍 콘서트
    카카 2022. 5. 18. 04:00

    “사회적 콘서트라고요?” 기획자를 처음 만난 자리, 무슨 소린가 싶어 재차 물었다. 음악회의 아이디어를 빼곡히 정리했다는 종이 한 장을 받았다. 종이엔 밑도 끝도 없이 이렇게 쓰여 있었다. ‘카프카-물욕에 따른 인간소외, 뭉크-현대인의 고독과 우울, 도스토예프스키-미성년의 사회, 마그리트-꿈과 상상.’ 기획자는 재차 강조했다. “예술이 가지는 본래의 기능을 환기 시키자. 이 시대의 그늘과 결핍을 다독여보자.” 머릿속이 멍해졌다.

    “취지야 좋지만….” 말꼬리를 흐리며 얼버무렸다. 장엄한 아이디어를 실제 음악회로 구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고민과 실행력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리스트 중 그래도 음악으로 전달하기 만만하다 싶은 주제를 골라 다시 기획자에게 내밀었다. ‘르네 마그리트의 꿈과 상상.’ 다음 주 금요일에 열릴 음악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후 큐레이터와 음악가들이 만나 본격적 논의를 했다. 마그리트의 작품세계와 어울릴만한 곡을 물색했다. 베토벤의 현악 4중주, 말러의 피아노 4중주, 슈만의 피아노 5중주 등이 선정되었고 동시에 창작곡도 의뢰했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는 우리의 음악어법으로 전달하고픈 의욕이 활활 불탔기 때문이다. 이번 음악회를 위해 4개의 작품이 새롭게 작곡되었다.

    마그리트는 ‘꿈의 열쇠’라는 작품에서 일상의 평범한 사물들을 나열했다. 그런데 각각의 그림 아래 퍽 생뚱 맞은 이름들이 붙어 있다. 달걀은 아카시아, 구두는 달, 모자는 눈, 촛불은 천장, 유리컵은 폭풍우, 망치는 디저트. 이 무슨 봉창 뚜드리는 소리인가 갸우뚱거릴 텐데, 바로 이 ‘자다가 봉창’이 마그리트가 의도했던 ‘꿈의 열쇠’일지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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